INTERVIEW

홈즈컴퍼니 인사이드

홈즈컴퍼니 인사이드#2 - 이재우 대표님 인터뷰



  홈즈컴퍼니 인사이드#2


  '홈즈컴퍼니 인사이드' 두 번째 시간, 코빌리지컴퍼니 이재우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연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후 제일기획에서 광고 업무를 하다가, 뜻한 바가 있어 네덜란드에서 도시계획사 공부를 하셨죠. 그 후 홈즈컴퍼니를 공동 창업한 이래 지금까지 9년 동안 세상에 없던 주거 공간을 만드는 일을 연쇄적으로 해오고 계신데요. 초기에는 '코리빙' 사업의 기틀을 잡는 일을 하셨고, 이 일이 어느 정도 안정된 후에는 '코빌리지'라는 새로운 과제를 맡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오고 있습니다. 처음 만나 인사할 때는 세상 좋아 보이지만, 막상 이야기에 몰입하면 눈에서 불을 뿜을 듯한 열정과 단단한 뚝심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이번에는 딱딱한 사업 이야기보다는 코리빙과 코빌리지를 둘러싼 사람들 이야기, 일과 보람에 대한 생각, 개인적인 이야기 등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보려 했습니다. 궁금했던 '인간 이재우'에게로 함께 한 걸음 다가가 보시죠.



“코리빙 초창기에는 ‘진작 이런 곳이 있었더라면’이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 있었죠”


  Q. 초창기 홈즈 코리빙의 ‘어머니’라고 하실 수 있는데,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우리나라에 1인 가구가 많이 늘어나고 있고, 1·2인 가구를 합치면 전체의 60% 정도가 되는 큰 시장인데 그동안은 건설사 위주로 아파트 시공을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들을 위한 주거 환경은 너무 취약했어요. 흔히들 아파트가 획일화된 주거 형태라 하는데 아파트에 비교하면 고시원이나 원룸, 오피스텔은 더 획일화되고 열악해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지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친구들이 독립하면서 원룸이나 오피스텔 같은 방으로 나오잖아요? 방 하나에서 모든 생활을 영위해야 하니까 어떤 삶들은 축소가 되거나 할 수 없이 밖으로 나가 해결해야 하는 상황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공유 공간을 기획하게 되었죠. 마침 남영점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을 때, 지하에 활용할 수 있는 60평짜리 넓은 공간이 있어서 그곳에 공유 주방, 공유 거실, 공유 세탁실 등 다양한 공간을 기획해서 넣었어요. 우리 입주민 뿐 아니라, 그 주변에 사시는 분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면서 이름을 '리빙 라운지'라고 불렀어요.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하고 기대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아주 기뻤죠.


  Q. 처음이라 고생도 많았겠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이야기 좀 해주세요.


  제가 예전에 광고할 때도 그렇지만 결국 저희가 고객을 생각해서 만든 것들에 대해 우리가 의도한 대로, 아니면 의도를 뛰어넘는 정도의 반응이 있을 때 가장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초기에는 고객들 인터뷰를 일부러 많이 했고, 그런 기회가 아니더라도 제가 운영자라는 걸 알고 다가와서 말을 걸 때도 있어서, 그런 반응들은 꽤나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어요.

  '이런 곳이 진작에 있었으면 너무 좋았을 텐데' 하면서 지금 아주 만족하고 계신다고 얘기도 해 주시고, '혼자 살 때는 공간이 없어서 댄스 연습을 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피트니스룸에서 댄스 연습을 할 수 있어 좋다'라는 인사도 들었고, 또 선정릉 공유 키친에서 칵테일 제조 연습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보거나 하면 너무 보람 있죠. 한마디로, 저희가 기획했던 공간을 실제로 잘 쓰고 계시면 가장 보람이 있어요.


  Q.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말씀해 주신다면?


  홈즈 스튜디오 남영역 라운지를 '홈즈 리빙 라운지 용산'으로 불렀는데, 초반에는 거기서 여러 가지 행사를 했었어요. 마침 당시에 1인 가구의 삶을 주제로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가 계셔서, 그분을 초대해서 라운지에서 공연을 했어요. 입주민들과 입주민의 지인들, 그리고 (입주민이 아니라도) 홈즈 리빙 라운지 고객에게도 초대를 했는데, 꽤 넓은 라운지가 거의 가득 찰 정도로 많은 분들이 오셔서 깜짝 놀랐죠.

   사실, 그리 유명한 가수가 아니다 보니, 많이 오실까 하는 걱정도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오셔서 솔직히 놀랐어요. 게다가 공연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건 그 공연 끝나고 자연스럽게 가수와 관객이 그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습이었어요. "아까 그 노래 주제가 이런 거였는데, 저도 요즘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라고 하면서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지만 1인 가구의 삶에 대해서 평소에 얘기 못하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이분들이 1인 가구라 평소 외로움도 있었을 것이고, 말 못 하는 얘기도 있었을 텐데, 그것을 터놓게 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에서 보람을 많이 느꼈죠.


(코리빙 초창기, 홈즈스튜디오 남영 라운지에서 진행된 미니 콘서트 행사)


  Q. 반대로 처음에 좀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요?


  예를 들면 라운지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시면 아주 곤란했죠. 입주민은 저희가 그런 것들 하나하나 적어놓지 않았으니까 그랬다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실내에서 담배 피우면 원래 안 되는 거잖아요. 당연한 건데도 공동생활 수칙을 지키지 않는 분들을 접하면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난감했어요. 또, 초반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가 처음이다 보니, 블랙 컨슈머처럼 과하게 요구를 하는 분들도 일부 있었어요. 그래서 당시 운영하는 매니저들이 힘들어하기도 했고요. 지나서 보면, 그 당시는 초창기라서 그랬던 것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 코리빙이라는 생활 형태가 알려지기도 하면서 그런 분들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아직도 코리빙은 태동기, 앞으로 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고 홈즈 역시 성장할 것”


  Q. 지금은 코리빙 운영에서 떠나 계신데, 계속 현장에 계신 분들께 초창기 선배로서 당부를 하신다면? 


  홈즈가 내년이면 10년이고 운영을 시작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난 데다가 다른 기업도 많이 들어왔지만, 저는 아직도 코리빙은 태동기에 가깝다고 보고 있어요. 코리빙이라는 개념이 유럽이나 해외에서는 몇십 년의 역사가 있었다면 한국에서는 이런 개념이 생소하다, 아직은 적합하지 않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한국에 맞는 코리빙에 대한 고민이 아직도 필요하고, 또 지역마다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다 보니까 그 지역에 맞는 코리빙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도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정리하면, 코리빙이 전반적으로 품질이 높아지면서, 다양성을 가질 수도 있고 혹은 지역이나 고객 세그먼트에 맞춰 좀 더 차별화된다든지 하는 식으로 발전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획, 운영, 마케팅하시는 분들 모두 고객분들의 반응에 끊임없이 신경을 써야 되지 않을까 해요. 고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도 유심히 관찰한 후 어떻게 하면 잘 반영할까 더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향후 코리빙 사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사실, 아직도 대기업 건설사들은 아파트 시장에서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고, 그래서 임대 시장으로 아직은 안 들어오고 있다 보니, 1인 가구 주거 품질에 대한 요구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여전하죠. 저는 일반적인 오피스텔이나 원룸보다는 코리빙 개념의 임대주택이 앞으로는 더 일반화될 것으로 보고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코리빙이 젊은 층 직장인들, 30대 40대 초반까지를 타깃으로 보고 있다면, 앞으로는 시니어 타깃으로도 확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현재 1인 가구의 거의 반 이상이 액티브 시니어 층이고 액티브 시니어들을 위한 코리빙, 혹은 시니어들과 믹스가 된 코리빙 등 이런 다양한 형태로 확장이 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코리빙 개념이 먼저 발전된 덴마크나 네덜란드 사례에서 보더라도, 코리빙은 어떻게 보면 좀 더 시니어에 적합한 주거 방식인 것 같기도 해요. 시니어들은 아무래도 젊을 때보다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뭔가 더 커뮤니티가 필요한 상황이잖아요.

  요즘 보험사나 다양한 영역에서 시니어 코리빙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데, 저는 결국 그 기업들도 저희 같은 코리빙 경험이 있는 기업들과 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해지지 않을까 해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실제로 코리빙을 운영해 본 경험들은 많이 없으시기 때문에 그런 노하우를 갖고 있는 회사와의 협업이 결국은 필요해질 것이고, 그때 우리의 경험이 제대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명처럼 시작된 코빌리지, 앞으로 사회적 파급력은 분명 커질 것”


  Q. 그럼 이제 코빌리지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처음에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뭔가 운명적인 어떤 힘이 작용했던 것 같아요. 간삼건축(이하 간삼)에 저랑 네덜란드 동문이었던 임원분이 계셨었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홈즈와 간삼 모두 새로운 주거방식에 관심이 많은 회사들이고 마침 간삼은 설계를 잘 하는 집단이고, 홈즈는 사업 기획과 운영을 잘하는 집단이니, 이 두 팀이 만나면, 토지부터 잘 개발하고, 디자인도 잘 하고, 운영까지도 잘할 수 있겠다 생각한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코리빙 프로젝트를 같이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마침 양사가 각각 ‘타운/마을’에 대한 준비를 해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홈즈는 공유 개념을 마을, 교외로 확장해서 ‘홈즈 타운’으로 준비해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간삼은 ‘디자인 빌리지’라고 해서 보험사 등 다양한 회사를 대상으로 타운 설계를 해 오던 프로젝트들이 있었던 거예요.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럼 그 ‘빌리지’를 우리가 같이 실현시켜보자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 미팅을 하게 됐어요. 이야기를 계속 나누다 보니 사업 컨셉이 좀 더 명확해지더라구요. 양사에서 파견을 해서 합동 사무실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이 사업을 제대로 시작하려면 주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결국 코빌리지 컴퍼니라는 조인트 벤처 설립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3년간 검토해 찾은 좋은 토지를 매입하게 되었어요.

(강원도 고성에 건설 예정인 코빌리지 조감도)


  Q.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게 녹록치 않은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였나요?


  처음에는 막연히 로컬로 전원생활을 찾으러 가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 사업 기획을 하면서 숫자가 너무 많아서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전원 생활을 찾아서 도시 지역에서 비도시 지역으로 이동하시는 인구가 저희가 사업 시작했을 때는 연 47만 명 정도였어요. 이게 적은 숫자가 아니거든요. 보통 광역시 기준이 100만 명인데, 그 절반이니까요. 게다가, 마침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재택근무, 리모트 워크, 워케이션 등을 시행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아져서 가능성이 더 커졌고요.

  결국,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로컬에 대한 워크 앤 라이프 스타일에 기대는 높아지는데, 실제 로컬은 아직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Q. 로컬로 가시는 분 중에 젊은 분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 아닌가요?


  그렇죠. 그것도 되게 중요한 포인트인데, 예전에는 전원생활 가시는 분들 하면 한 60대, 70대쯤 되어서 은퇴 후, 자녀들 다 결혼시키고 가시는 분들이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데이터를 보면, 아까 말씀드린 연 47만 명 중 60%가 20~40대에요. 그리고 흔히 말하는 액티브 시니어도 완전 은퇴가 아니라 뭔가 일을 아직 하시는 분들이거나, 아니면 은퇴를 하셨더라도 레저 등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로컬로 내려가시는 분의 한 70~80%까지가 뭔가 경제활동을 하시는 분들 아니면 레저 등 다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시는 분들이라고 봐야 해요. 이것이 큰 포인트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분들이 내려와서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니까요. 일자리든 아니면 소일거리나 취미 활동이든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을 했고, 그러다 보니 이런 큰 변화에 대응하는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크게 보면,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이런 생활의 변화에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잘 시작한 것 같다라고 뿌듯하게 생각을 했었죠.


  Q. 에이, 괜히 시작했다 하셨던 적도 있지 않았나요? (웃음)

 

  하하, 그런 적은 없고요. 그래도 어려운 점은 분명히 있었죠. 그게 사실은 코리빙 시작할 때랑 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코빌리지라는 게 똑같은 상품이 없었거든요. 코리빙을 시작할 때도 셰어하우스라는 비슷한 형태는 있었지만 셰어하우스랑은 뭔가가 달랐고, 그럼 기존의 오피스텔이랑은 뭐가 달라 이런 질문들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데, 코빌리지도 얘기하다 보니까 완벽하게 같은 상품이 없는 거예요. 그러면 기존에 실버타운이랑 뭐가 달라, 타운하우스랑 뭐가 달라. 이런 질문들을 받으면서 계속 설명하고 설득하고 이런 것들이 힘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코리빙을 처음 시장에 안착을 시켜본 경험이 있다 보니까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어요. 이게 어쨌든 큰 대세의 흐름인 거고, 어떻게든 가시화되기만 하면 파급력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역활성화의 핵심은 지속가능한 생활 인구를 늘리는 것 ; 

  주거시설, 생활인프라, 콘텐츠 모두 필요”


  Q. 크게 보면 정말 지역개발 프로젝트잖아요, 지방 출장도 많이 가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가 보시면 지역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지요?

 

  네, 다니면서 정말 많이 느끼고 있어요. 특히 지금 사업을 하고 있는 강원도의 경우, 계절별로 시간대별로 유동인구 차이가 너무나 커요. 비수기, 저녁 시간대에 가면 건물 불이 다 꺼져 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어요. 약간 죽은 도시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제는 많은 지방 도시가 ‘정주 인구’ 늘리는 것은 포기하고, 살아보기형 장기 관광이나 워케이션 등으로 ‘생활 인구’를 늘리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어요.

  ‘생활 인구’라는 것은 잠깐 체류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데, 목적은 관광이 됐든 아니면 리모트 워크가 됐든, 직장이 됐든 잠깐 체류하는 분들까지도 인구로 보자는 거죠. 정부에서도 그렇고 많은 지자체들도 그렇게 방향을 선회했는데, 문제는 마침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로 인해 국내 관광 수요가 많이 늘어났고, 부동산 정책적인 이유도 있고 해서 생활숙박시설이 너무 심하게 많이 늘어났어요. 개념은 좋은데, 생활숙박시설 분양이 너무 과하게 공급이 되다 보니까 이게 결국 문제가 된단 말이죠. 그리고 호텔이나 숙박시설 아니면 아파트만 공급이 되거나 아니면 관광 같은 단기적인 콘텐츠 위주로 공급되면 지속성을 갖기가 힘들어 지는 거죠.

  서핑으로 떠서 많은 사람이 찾아가고,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는 양양 같은 경우도 사실은 문제가 있어요. 서핑이라는 하나의 콘텐츠만 있다 보니까, 짧든 길든 거기에 산다고 생각했을 때는 다양한 생활 인프라들이 부족해요. 그러다 보니까 지속성을 갖기가 힘들죠. 그러니까 아파트만 덜렁 지어 놓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와서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계속 머무르면서 살 수 있는 ‘생활 인프라와 문화 콘텐츠’ 이런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야기예요.


  Q. 보통 일이 아니네요. 뭐 사업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네 맞아요. 그러니까 이게 국내에는 사례가 없기는 한데, 해외에서는 비슷한 케이스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코빌리지 타겟을 저희가 ‘다운쉬프트’ 족이라고 정했었거든요. 그 ‘다운쉬프트’ 족은 저희가 새로 만든 단어도 아니고 예전에 산업혁명 시기에 금융권, 법조계 사람이나, 사업가들처럼 금전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하신 분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나의 삶이 행복한 건가 이 삶이 맞는 건가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갑자기 영국의 해안 쪽이나 유럽 지중해 쪽으로 많이들 가셨다는 거예요. 가서 소득은 좀 줄더라도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는 생활을 선택한 거죠.

  다운쉬프트가 저속 기어로 바꾼다는 말이에요. 바쁘게 백 시간씩 일하다가 어느 순간 내 삶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자각이 오는 거죠. 유럽에서는 몇십 년 전에 있었고, 일본에서는 한 1~20년 전에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답니다. 일본에서도 급성장 이후에 사람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해변가나 좋은 시골 마을로 가는 일들이 생긴 거죠. 그러면 초고속 통신 인프라가 들어오고 또 기업이 들어오고 하면서 그 지역 자체가 활성화되는 거예요.

  이제는 그런 것들이 한국으로도 흐름이 오지 않나 싶어요. 요즘에 한국 보면 그런 비슷한 트렌드가 나오잖아요. 그, 뭐라고 하더라?


  Q. 5도2촌(五都二村)* 말씀이신가요? 다 털고 내려가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누리고는 싶어하는.

  *5도2촌 : 일주일 중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전원에서 생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일컫는다. 이를 실행하는 현대인들은 관광지나 농가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해 전원의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그렇죠. 그러니까 지방에 아예 살거나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멀티 어드레스를 갖고 있는 거죠.  5도 2촌이 됐든 2도 5촌이 됐든 이렇게 여러 개의 생활 터전을 갖고, 일하면서 사는 생활 문화가 앞으로 이제 더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직접 부동산을 소유하는 식으로 부담을 지기보다는 임대에 대한 니즈가 자연스럽게 많이 생기지 않을까 해요.

  사실 막상 지방에 가서 살아보자 했을 때는 어느 동네로 지역을 갈지도 둘러보러 다녀야 되고, 땅도 직접 잘 찾아보고 사야 되고, 그다음에 어떤 집을 지을지 좋은 설계사를 찾아서 설계도 해야 되고, 시공도 해야 하면 일이 너무 커지죠. 관리도 직접 해야 하고, 또 주변에 인프라가 없으면 불편하죠. 그러니, 생각은 있어도 못 움직이는 거예요.

  그런데 코빌리지처럼 전문적인 기업에서 좋은 주거 형식을 잘 설계해 시공을 하고 잘 조성해서 거기에 다양한 생활 인프라와 식당들, 카페 같은 커뮤니티 공간도 잘 조성이 되어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게다가 이게 임대다 보니까 임대 기간도 자유롭죠. 한 달 살기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6개월이나 1년 한번 살아보고 결정을 할 수도 있잖아요. 기업들도 좀 자유롭게 여기 직원들을 보내 볼 수도 있는 것이고.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면 이런 상품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주거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


  Q. 참, 현재 전원생활을 하고 계시지 않나요? 그 이야기 좀 해주세요.


  제가 한국에서 살다가 네덜란드로 유학을 갔잖아요. 그러면서 집에 대한 관점이 되게 많이 바뀌었어요.  그전에는 저도 계속 도심에서 컸고 신혼집도 도심으로 잡았고 둘 다 맞벌이를 하면서 저녁에 늦게 퇴근하다 보니 집이 좀 작더라도 도심에서 사는 게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네덜란드로 유학을 갔는데, 네덜란드의 특성상 좀 더 자연과 가까운 외곽, 넓은 집에서 살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집에 들어왔을 때 그 포근함과 안정감, 그게 너무 다른 거예요. 그전 도심에 살 때는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기 보다는 밖에서 다 놀고 집에서 잠만 자는 정도였다면, (네덜란드에서는) 집에 들어왔을 때 진짜 옛날에 말했던 그 ‘보금자리’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말 그대로 보금자리 같은 집의 경험을 하고 나니까 출퇴근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공간도 여유 있고 자연과 가깝고 이런 데 사는 게 삶의 퀄리티가 많이 다르구나 이걸 느꼈어요. 그래서 지금 양평으로 이사 와서 살고 있고, 그 과정에서 주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일의 특성상 좋은 주거의 조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개인적으로도 주거 안정성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주거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또 제가 경험이 다양하다 보니 사업을 이끌어 가는 측면에서 도움도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양평 전원주택 마을 할로윈파티 _ 단순히 집뿐 아니라 마을 커뮤니티가 너무 좋다고)


“우리 일의 본질은 사람에 대한 관심, 콩수니라는 동료 가장 기억 나”


  Q.  거의 10년간 홈즈에 계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동료를 꼽는다면? 


  정말 많은 친구들이 떠오르지만, 가장 강하게 떠오르는 사람은 저희 운영 매니저 중에 손경선 매니저라고 있었어요.

(코리빙에 진심이었던 ‘콩수니’ 손경선 매니저)


  Q.  닉네임 ‘콩수니’ 아니신가요? 그 분이 만든 재미있는 컨텐츠들 어디선가 본 거 같아요.


  맞아요. 보셨구나. 그 친구는 정말 일로서라기보다 진심으로 여기 입주민들이랑 관계를 형성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잘해드리고 싶어 했어요. 본인이 직접 프로그램도 짜서 진행하고요. 예를 들면 선정릉 러닝 크루도 운영을 했었죠. 그래서 그 친구는 고객들한테 선물이나 감사 인사를 제일 많이 받은 직원일 거에요. 아마 홈즈 역사상 모든 임직원 중에서 고객들한테 가장 좋은 반응을 받았던 사람 같아요.

  자발적으로 되게 많은 것들을 했어요. 우리가 지금 운영상 매뉴얼로 여기에 식물을 어떻게 가꿔야 된다 고객들한테 어떻게 돼야 된다 이런 것들을 룰로 정하는데, 그 친구는 그냥 하는 행동들이 그 룰보다도 훨씬 더 코리빙 본질에 가까운 것들이었어요.


“지금 일에 너무 만족, 하루 빨리 코빌리지가 현실화되는 것이 가장 큰 바램”


  Q. ‘도시공학과’에서 공부하셨는데, 지금 업무에 만족하시는 지? 동문들은 지금 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요?


  네, 저는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학교 졸업하고 제일기획 다닐 때, 대기업이고 일도 나쁘지 않았는데 퇴사한 이유는 좀 더 능동적으로, 나의 관점으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거든요.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는 훨씬 자기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일단 좋고요. 또, 우리 일이 코리빙도 그렇고 코빌리지도 그렇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매니지먼트를 해야 되는 일이라서 더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동문들은 매우 다양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자산운용사나 은행의 부동산 파트나 감정평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일이 안정적이고 경제적 보상도 좋기는 하지만, 사업이 만들어진 뒤에 금융이 어떻게 잘 들어갈지 고민하는 이런 일이란 말이죠. 그와 비교하면 우리 일은 맨 앞 단의 기획부터, 시행, 운영까지 모든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점에서는 훨씬 더 재미있고, 능동적으로 일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Q. 현재 가장 큰 바램이 있다면?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미 3~4년간 기획해 온 ‘코빌리지’가 빠른 시간 내에 결실을 맺어 실제 사람들에게 ‘이런 것이 있어요’라고 한번 보여주고 싶다는 거예요.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게 낫다’는 말처럼, 코리빙도 설명하기는 정말 어려웠지만, 하나만 제대로 만들어지면 그다음부터는 쉬웠거든요. 고객도 생기고, 경쟁자도 들어오니, 없던 시장이 생기더라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홈즈의 초심은 코빌리지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이 생각이 세상의 빛을 보게 만드는 게 현재 저로서는 가장 큰 과제이자 바램입니다.